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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당대의 독서가 23인의 서재에서 ‘책 인생’을 엿듣는다" 장동석 『살아 있는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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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2.02.24  15: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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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온 우리 시대의 지성 23인을 찾아 가 그들의 성채, 서재에서 독서 편력을 인터뷰한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출판평론가 장동석이 찾은 독서가들은 80대 백발의 노철학자 박이문에서 40대 인터넷 시대의 서평가로 꼽히는 이현우(로쟈)까지 세대와 정체성을 달리하는 23명의 ‘걸어 다니는 책’이자 ‘살아 있는 도서관’들이다. ‘우리 시대의 책선생들’은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추동했던 ‘한 권의 책’들을 소개하고, 책에서 찾은 삶과 사회에 대한 귀중한 질문과 답을 전한다. 닮고 싶은 소문난 독서가들이 때로는 대학자의 풍모로, 때로는 수줍은 소년 같은 모습으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오래도록’ 책으로 지은 삶을 이야기할 때, 사람과 책의 자연스러움과 책 읽는 삶의 즐거움이 드러난다. 
 

시인에서 한의사까지 폭넓은 영역의 독서 멘토들이 청소년 시절 읽었던, 학문의 길에서 읽었던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해 읽었던 책 경험은 깊고 너르다. 그로부터 단단한 앎과 좋은 삶을 일치시키고자 모색한 그윽한 통찰은 책의 위력과 질문의 힘을 느끼게 한다. ‘독서의 해’를 맞아 ‘하루 20분씩 1년에 12권’이라도 책을 읽으려는 이들에게 『살아 있는 도서관』은 진귀한 저 자신만의 ‘한 권의 책’을 찾는 초대장이 되어줄 것이다.

■ 아날로그적 삶의 아름다움, 책 읽는 사람-호모 부커스의 천천한 삶과 사유

좋은 책은 사유의 지도를 다시 그려준다. 그리고 그 지도는 나의 일상을 이전과는 아주 다른 길로 이끈다. 책과 사유와 걸음, 이 셋 사이에 어떤 리듬이 만들어질까? 수없이 다양한 변주가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궁극적으로 사유와 걸음 사이에 한 치의 간격도 없어야 한다는 것. -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

다독, 필독, 고전 읽기 등을 권하며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와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선뜻 고르기가 쉽지 않은 요즘, ‘바로 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바꾼다.’고 주장하는 광고 등은 지식을 얻는 지름길을 알려줄 듯이 보인다. 그 가운데 시간에 쫓기는 독자들은 ‘필독 도서 목록’을 뒤적여 지식을 재빨리 습득하기를 원한다. 그렇게 당장 ‘쓸모의 독서’를 찾는 이들에게 『살아 있는 도서관』은 ‘천천히 오래도록’ 쌓고 넓혀가는 책읽기의 기쁨을 권한다.

이 책은 책읽기를 통해 지식과 사유를 쌓고, 책 쓰기를 통해 그것들을 소통해온 당대의 독서가, 책이 “존재 양식”이 된 책꾼 23인의 책읽기의 기억과 에피소드, 독서론과 오늘날 책문화에 대한 생각들을 담은 한 권의 도서관이다. 책이 소중했던 시대에 종이책을 읽으며 삶과 사회를 만났던 독서가들은 디지털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 자신만의 질문으로 숙성시켜나가야 할지 조근조근 멘토링한다. 늘 시간과 경쟁에 쫓기고 책 읽을 틈을 잊어가는 이들에게 ‘살아 있는 도서관’의 그윽한 풍경은 책읽기의 즐거움, 생각하는 기쁨, 그것을 표현하고 나누는 삶의 의미를 전한다. 이 ‘리빙 라이브러리’에서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에 밀려 찾는 이가 줄어가는 책이라는 미디어가 ‘사람됨’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임을 확인하고, 책을 사랑하는 이들은 다시 한 번 깊이 있는 책읽기에 대해 고민하고 ‘내 인생의 책’을 만나는 새로운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리빙 라이브러리, 지치지 않고 다시 또 책에서 길을 찾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책을 찾아다녔습니다. 대학 도서관은 물론이고 국립중앙도서관 등 이름 있다는 도서관은 죄다 뒤졌습니다. 어마어마한 다독의 세계로 빠져들었다고나 할까요. -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교수

‘살아 있는 도서관’들이 묵묵하게 책을 읽어나가며 자신의 언어로 쌓은 지혜는 ‘경청, 배움, 섬김, 자율, 상생, 평화를 위한 우정과 연대의 시스템’을 이야기하고,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인정하는’ ‘온생명을 실천하는 작은 씨앗’이 되기도 하였다. 그들은 ‘독서의 공동체’를 지향하여 ‘따로 또 같이’ 책을 읽고, 삶으로 책을 살아내려고 하였다.

1년에 1,000여 권, 1주에 2박스 분량의 책을 사고 속속들이 읽어내는 장석주 시인. 그는 제대로 된 ‘니체 전집’을 읽고 싶다는 희망으로 전세금을 빼 출판사를 차려 ‘제대로’ 만들었다. 이유명호 한의원 원장은 환자들에게 먼저 만화책 처방을 한다. “만화책에서도 배울 것이 있으면 배워야 한다.”고 웃으면서.

김형태 변호사는 책 하면 『플랜더스의 개』가 떠오른다. 울고불고 정신없이 읽었던 기억, “어린 마음에 속 쓰리다는 것이 뭔지 몰랐어도 한참을 그렇게 감동의 자리에 머물렀다.”고 한다.

소수만의 것이라 생각했던 역사를 뭇사람들의 손에 들려준 역사학자 이이화 선생은 책 속의 감동의 세계를 헤매다 전쟁 통에 가출을 단행했다. 한문학만을 고집하는 부친에게서 벗어나 고아원에 가면 신학문을 배우는 학교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나섰지만, 선생이 읽을 수 있던 유일한 책은 『지능고사』뿐이었다. 여관뽀이까지 전전하며 길에서 글자가 박힌 것은 모두 주워 읽어냈다.

종교학자 정진홍 교수는 책이라는 렌즈를 벗고 세상을 보고자, 책 정리를 하다 보니 “결국 남은 책이 애인이 준 책이더라”고 하며 웃음을 짓는다.

이 책의 많은 지성들은 때로는 미소를 짓게 하고 때로는 가슴 먹먹하게 한 책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런 감동은 여전히 생명력을 갖고서 “지치지 않고 다시 책을 읽게 하고” 그들을 책 향기를 맡으며 살게 했다.

■ 독서의 해가 아닌 독서의 삶으로… , 책에서 찾는 ‘더디게 가는 지름길’

길을 잃었고 다시 찾아야 하는 때인데, 그럼 길 찾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서 있는 곳에 대한 정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데, 해답은 역시 인문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길을 잃었으면 다시 책읽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 길담서원 서원지기 박성준 선생

‘살아 있는 도서관’들은 어떤 고민을 했고, 책에서 어떻게 길을 찾았으며 무엇을 꿈꾼 것일까. 책과 더불어 그분들의 웅숭깊어진 사상과 철학을 알아본다. 책에서 고난에 대처하는 삶의 용기를 배우고, 한평생 책과 씨름하며 ‘책 읽은 자의 초상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온 이들. 그들은 학문적 영역에 갇히지 않고 언제나 삶의 문제를 깊이 고찰하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줄기차게 읽고 또 읽은 책에서 허기를 채우며 세상을 보는 창을 넓혀나간 그들은 “길을 잃은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천천히 나지막하게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소소한 생활의 맥락에서 조금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철학자 김영민 교수는 주민등록증, 휴대전화, 신용카드, 통장 등 ‘매체’를 포기했다. “심지어 아내”까지. 또한 개인주의를 뛰어넘은 새로운 사회적 구조와 체제를 고민하며 인간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 희망을 모두 찾아 나서기를 강조한다.

제천 간디학교 양희창 교장은 더디 가는 지름길이 되는 ‘다르게 살기’를 말한다. 소박한 삶, 봉사하는 삶, 나누는 삶이 세상을 변화시킬 것을 믿으며 ‘초고추장’(추장보다 높고 고추장보다 높아서 아이들이 붙여준 별명)이 되어 아이들과 부대끼며 즐겁게 산다.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거의 모든 사건’을 변론한 양심의 첨병 김형태 변호사는 책을 통해 소유 중심이 아닌 존재 중심의 삶에 눈을 떴고, 화해와 상생의 사회, 생명과 이웃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사회를 바라며 오늘도 사형제 폐지에 앞장서고 있다.

길담서원의 서원지기소년 박성준 선생은 소수가 독점하지 않고, 각자가 주인이자 주체가 되는 책 공간을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주인”인 길담서원에 둥지를 틀어 ‘길’이 되고 ‘담’이 되고 있다.

절망 속에서도 한국 사회의 잠재력을 낙관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 문화인류학자 김찬호 교수는 가파른 경쟁으로 고단해지는 일상에서 탈출하여 단순함, 소박함으로 삶을 채우는 ‘마을’의 풋풋한 낭만을 꿈꾼다.

형식적인 위인전이 아니라, 인간 냄새나는 우리 선배들의 일상을 평전에 담고자 하는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 관장. 우리 시대 젊은이들에게 마음의 위로와 삶의 용기를 주기 위해 선배들의 빛나는 가르침, 삶의 유산에 오늘날에 맞는 옷을 입히고자 한다.

■ 우리 지식인들이 사랑한 책들, 책 읽기의 방법론

더운밥과 찬 술을 구하듯 매일 책을 찾아 읽으며 조금씩 진화해서 온유한 인격을 갖게 되리라 믿는다. …… 무엇보다도 먼저 책읽기는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지적인 흥분과 열락감을 준다. 책읽기가 즐겁지 않고, 기분을 화창하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기꺼이 책읽기를 그만둘 생각이다. - 장석주 시인

‘책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야’라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어야 한다. 그럼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살아 있는 도서관’들이 말하는 독서 노하우는 무얼까?

‘인터넷 서평꾼 로쟈에게 물어보라’는 말을 인터넷 공간에 유행시킬 정도로 책벌레로 유명한 이현우 교수는 독자를 유혹하는 ‘이 한 권의 책으로 인생 역전’ 등 광고의 바람잡이에 ‘한 권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일침을 놓는다. 또한 “조금 덜 비열한 인간이 되거나 더 나아가 비열하지 않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라면 ‘한 권’이 아니라 ‘여러 권’의 책, 다수의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되읽음을 충동하는 긴 여운 …… 그리고 그것에 대한 회상, 그렇게 해서 어쩔 수 없이 되읽음 속으로 들어가 침잠하는 일, 이러한 일련의 구조가 마침내 고전을 일컫게 한다.’는 정진홍 교수의 말에도 귀 기울여 본다. 한 권을 50번씩 되읽어서 외우다시피 한 정 교수의 독서법. ‘계속해서 읽으면 나중에는 글이 스스로 자기를 설명한다.’며 마음에 깊이 새겨가며 책을 읽도록 권한다.

■『살아 있는 도서관』 

장동석 지음|현암사 펴냄|368쪽|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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